쇼츠 보고 책이 시시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쇼츠를 한 시간쯤 넘기다 책상에 앉으면, 글자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어제까지 재미있던 드라마인데 5분이 지루하고, 좋아하던 산책이 시시해집니다. 이런 변화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도파민 단식이 필요하다"는 말이 자주 떠돕니다. 그런데 이 유행어는 뇌과학적으로 보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으로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보상 예측·동기·학습을 담당하는 신호 분자에 가깝습니다.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보상회로가 같은 자극에 덜 반응하도록 적응합니다. 미국 NIDA의 일반인용 안내에 따르면, 뇌는 과한 자극에 노출되면 수용체 수를 줄이거나 신경전달물질을 덜 만들어 균형을 잡으려 합니다. 그래서 같은 양으로는 예전 같은 만족이 잘 오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문제는 "도파민 단식을 하면 회로가 리셋된다"는 표현입니다. 하버드 의대 부속 매체 Harvard Health Publishing의 정리에 따르면, 자극을 끊는다고 도파민 수치가 정해진 만큼 내려가는 것이 아니며, "도파민을 낮춘다"는 말 자체가 신경과학적으로 모호합니다. 원 개념을 만든 정신과 의사조차 자신이 말한 것은 영적인 단식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에서 쓰는 자극 통제 원리였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숏폼 영상과 정신건강을 다룬 2025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짧은 영상 과사용이 주의 통제 저하·우울·불안과 부정적으로 연관된다고 보고됩니다. 다만 대부분 단면 연구라 "쇼츠가 우울을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은 한 번에 끊는 단식이 아니라 자극의 강도와 빈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영상은 정해진 시간에만 보기, 사이사이 걷기·대화·따분한 활동을 끼워 넣기처럼 회복할 틈을 주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무기력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 기능에 지장이 크다면, 자가 단식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 Neurobiologic Advances from the Brain Disease Model of Addiction — Volkow ND 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6
- Drugs and the Brain — 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NIH), 2020
- Dopamine fasting: Misunderstanding science spawns a maladaptive fad — Harvard Health Publishing, 2020
- The Impact of Short-Form Video Use on Cognitive and Mental Health Outcomes: A Systematic Review — Tang Z 외, medRxiv,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