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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빛·감정에 남들보다 크게 흔들린다면 — 예민한 기질(HSP)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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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소리·빛·감정에 남들보다 크게 흔들린다면 — 예민한 기질(HSP)의 심리학
사진: Melanie Brumble / Pexels

시끄러운 식당에 다녀오면 남들보다 몇 배는 지치고, 다른 사람의 표정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며칠씩 마음에 남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누군가는 "너무 예민하다"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심리학은 이 예민함을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의 하나로 봅니다.

예민함은 성격의 '고장'이 아닙니다

1997년 심리학자 아론 부부는 소리·빛 같은 감각 자극과 감정 신호를 남들보다 깊게 처리하는 특성에 '감각처리민감성'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HSP(매우 예민한 사람)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연구에서 이 특성은 내향성이나 불안 성향과 겹쳐 보이지만 구별되는 별개의 특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과 자극을 깊게 처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세 사람 중 한 명은 '난초'일 수 있습니다

성인 906명을 분석한 2018년 연구에서는 민감도가 낮은 '민들레'가 약 29%, 중간인 '튤립'이 약 40%, 높은 '난초'가 약 31%로 나뉘었습니다. 연구와 기준에 따라 높은 민감성을 지닌 사람의 비율은 약 15~30%대로 추정됩니다. 예민함은 소수의 특이 체질이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씩 지닌 연속적인 특성인 셈입니다.

예민함은 양날의 특성입니다

민감한 사람은 힘든 환경에서 더 크게 흔들리지만, 지지받는 좋은 환경에서는 남들보다 더 크게 성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심리학은 이를 '유리한 민감성'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기질이 환경에 따라 약점도 되고 강점도 됩니다. 그래서 예민한 분일수록 회복 시간을 일부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극이 많았던 날에는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을 계획에 넣어 보세요. 소리·조명 같은 자극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을 하루 중 잠시라도 마련하시길 권합니다.

다만 이것만은 구분해 주세요

HSP는 정신의학의 공식 진단명이 아닙니다. 인터넷 예민함 테스트 점수를 절대적인 라벨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측정 도구의 한계에 대한 학계의 논쟁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 또 하나, 예민함은 불안장애나 우울증과 겉모습이 비슷할 수 있습니다. 잠들기 어렵고 일·관계 같은 일상 기능이 무너질 정도의 고통이 계속된다면, '원래 예민한 성격'으로만 넘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감별해 보시길 권합니다.

예민함은 세상을 남들보다 깊게 느끼는 감수성이기도 합니다. 억지로 고치려 애쓰기보다, 잘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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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