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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에도 아무 감흥이 없다면, 무쾌감증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즐거운 일에도 아무 감흥이 없다면, 무쾌감증
사진: Stacey Koenitz / Pexels

예전에는 분명 즐거웠던 일들이 이제는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던 음악도 밋밋하게 들리고, 맛있는 음식도 그저 끼니일 뿐이며, 친구를 만나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슬프다기보다는 무언가 텅 비어 버린 듯한 이 상태를 무쾌감증이라고 부릅니다. 게을러진 것도, 단순히 피곤한 것도 아닌데 즐거움이라는 감각 자체가 흐릿해진 것입니다.

즐거움이 사라지는 무쾌감증이란

무쾌감증은 평소 즐겁던 활동에서 즐거움을 원하고 느끼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옅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해도 설레지 않고, 막상 떠나도 예전 같은 기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쾌감증은 우울증의 핵심 증상 가운데 하나로, 주요우울장애를 겪는 분의 상당수가 이 증상을 함께 경험한다고 보고됩니다. 다만 우울증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현병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상태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독립적인 차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뇌에서는 보상과 동기를 다루는 회로의 기능 변화와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도파민이 부족해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단순한 설명보다는, 즐거움 자체보다 무언가를 원하고 향하는 동기의 저하에 가깝다는 관점이 우세합니다.

게으름이나 피로와는 다릅니다

무쾌감증은 단순한 피로나 게으름과 구분됩니다. 피로는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여서 쉬고 나면 회복되지만, 무쾌감증은 쉬어도 즐거움을 느끼는 감각 자체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한 뒤 찾아오는 번아웃과도 다릅니다. 번아웃은 직업적 소진 현상으로 분류되며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무쾌감증이 일이 아닌 삶 전반의 즐거움까지 앗아 간다면 그 경계는 겹칠 수 있어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나는 그냥 게으른 사람"이라고 단정하며 자책하기보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즐거움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움직이기

무쾌감증에 대해서는 행동활성화라는 접근이 근거를 쌓아 왔습니다. 즐거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작은 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감각을 되찾는 방식입니다. 우선 예전에 좋아했던 활동을 아주 작게 쪼개어 "딱 10분만" 해 보시길 권합니다. 기분이 나지 않아도 일단 해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산책, 가벼운 정리, 짧은 통화처럼 부담이 적은 일부터 하루 한두 가지를 정해 실천해 보십시오. 즐거움이 한 번에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활동을 늘려 가는 과정 자체가 회복의 밑바탕이 됩니다.

언제 도움을 청해야 할까요

흥미와 즐거움을 잃은 상태가 하루 대부분, 거의 매일 2주 이상 이어지고 일이나 관계, 자기 돌봄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혼자 견디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스친다면 지체하지 말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무쾌감증은 적절한 평가와 도움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어려움입니다.

지금 힘든 생각이 든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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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