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잠 못 이루고 예민해진다면 — 겨울형만 있는 게 아닌 여름형 계절성 우울

여름만 되면 잠이 얕아지고, 입맛이 뚝 떨어지며, 이유 없이 초조하고 예민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흔히 "더위 먹었다"거나 "여름을 타는 체질"로 넘기기 쉽지만, 이런 변화가 해마다 여름철에 반복된다면 계절성 우울의 여름형일 수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이라고 하면 보통 햇빛이 줄어드는 겨울을 떠올리지만,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시작되는 여름형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름형이 겨울형과 헷갈리는 이유는 증상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겨울형은 잠이 늘고 식욕이 늘어 탄수화물을 갈망하며 체중이 느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여름형은 잠이 오지 않는 불면,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 안절부절못하는 초조함과 불안이 두드러집니다. 축 처지기보다는 오히려 긴장되고 예민해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정상적인 여름 무기력과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더위에 지쳐 잠깐 늘어지는 것은 시원한 곳에서 쉬고 잠을 보충하면 회복됩니다. 그러나 우울감이나 흥미 저하, 불면, 식욕 변화가 2주 이상 이어지고 일상과 대인관계, 업무 기능까지 흔들린다면 단순한 피로로 보기 어렵습니다. NIMH는 같은 계절에 최소 2년 연속 우울 증상이 반복되고 그 시기에 더 자주 나타날 때 계절성 패턴을 고려한다고 설명합니다.
기전은 아직 연구가 부족합니다. 다만 긴 낮과 짧은 밤, 높은 기온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멜라토닌 분비를 교란해 증상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첫째, 침실을 시원하고 어둡게 유지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일정하게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 한낮의 무더위와 강한 햇빛 노출을 조절하고 카페인과 음주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로 생활 리듬을 잡아 두시길 권합니다. 흔한 오해 하나는 "여름 우울은 곧 가을이 오면 저절로 낫는다"는 생각입니다. 자연히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이 삶의 질과 안전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방치는 권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우울감과 기능 저하가 2주 이상 이어질 때, 수면과 식욕 변화가 뚜렷할 때, 술로 위안을 찾게 될 때입니다. 특히 죽고 싶은 생각이나 자신 혹은 타인을 해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미루지 말고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로 24시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계절이 지나가기를 혼자 견디기보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회복이 시작됩니다.
참고 출처
-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NIMH), Seasonal Affective Disorder: 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seasonal-affective-disorder
- Mayo Clinic,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 — Symptoms & causes: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seasonal-affective-disorder/symptoms-causes/syc-20364651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 https://www.psychiatry.org/patients-families/seasonal-affective-disorder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우울증·정신건강정보: https://www.mentalhealth.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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