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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최악을 상상하는 나 — 파국화 사고와 불안의 악순환, 그리고 벗어나는 법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자꾸 최악을 상상하는 나 — 파국화 사고와 불안의 악순환, 그리고 벗어나는 법
사진: Volodymyr / Pexels

별일 아닌 문자 한 통에 "혹시 해고 통보 아닐까"가 떠오르고, 아이가 조금 늦으면 "사고가 난 게 틀림없어"로 생각이 곧장 최악까지 달려간 적 있으신가요. 이렇게 작은 단서에서 순식간에 파국적 결말을 확신하는 사고 습관을 심리학에서는 파국화(catastrophizing)라고 부릅니다. 누구에게나 스치는 생각이지만, 자주 굳어지면 마음을 크게 흔듭니다.

파국화는 두 가지 왜곡이 겹친 상태입니다. 나쁜 결과가 일어날 확률을 실제보다 크게 보고, 동시에 그 상황을 견뎌낼 자신의 능력은 실제보다 작게 보는 것입니다. 인지행동치료(CBT)를 정립한 정신과 의사 아론 벡은 이를 불안과 우울에 관여하는 대표적 인지왜곡으로 설명했습니다. 위협의 부정적 결과는 과대평가하고 대처 자원은 과소평가하는 조합이 불안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정 진단에만 있는 특징이 아닙니다. 2023년 한 연구에서는 공황장애·범불안장애·사회불안장애 환자 모두 파국화 수준이 비슷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만약 ~라면?"이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며 최악의 장면까지 굴러가는 걱정의 사슬은 범불안장애의 핵심 기전으로 반복 확인되어 왔습니다. 파국적 상상은 잠깐 "대비했다"는 안도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부풀리고 회피를 늘려 악순환을 만듭니다.

다행히 이 사고 습관은 연습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첫째, 알아차립니다. "지금 최악의 결말을 사실처럼 확신하고 있구나" 하고 이름을 붙여 봅니다. 둘째, 확률을 다시 봅니다. 그 최악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과 함께, 중간 정도의 결과나 괜찮게 풀릴 확률도 나란히 적어 봅니다. 셋째, 대처 능력을 확인합니다. "설령 그 일이 벌어져도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파국화는 바로 이 대처 자원을 낮춰 보기 때문입니다. 넷째, 사실과 상상을 분리합니다. 지금 손에 쥔 증거와 머릿속 예측을 다른 칸에 적어 보면 둘의 간격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이런 걱정이 2주 이상 대부분의 날에 이어지고, 잠과 집중, 일상 기능을 흔들거나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파국적 사고를 알아차리고 현실적인 결과로 다시 세우도록 돕는 근거 기반 치료입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생각이 커질 때는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자살예방 상담 10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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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