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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이스커피 한 잔이 밤잠과 불안을 흔들 때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여름 아이스커피 한 잔이 밤잠과 불안을 흔들 때
사진: Betül Nur / Pexels

오후 세 시, 쏟아지는 나른함을 밀어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삼킵니다. 저녁이 되자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침대에 누워서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커피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다음 날 아침 다시 카페인으로 하루를 엽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계절일수록 이 고리는 촘촘해집니다.

카페인은 졸음을 없애지 않습니다

카페인은 뇌에서 아데노신 수용체를 막습니다. 아데노신은 깨어 있는 동안 차곡차곡 쌓여 잠을 부르는 물질입니다. 그러니 카페인은 졸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졸리다는 신호를 잠시 가려두는 것에 가깝습니다. 쌓인 피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성인에서 카페인의 반감기는 평균 다섯 시간 정도입니다. 오후 세 시에 마신 커피의 절반이 밤 여덟 시까지 몸에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대사 속도는 간의 CYP1A2 효소에 크게 좌우되어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나는 커피 마셔도 잘 자요"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루 400mg은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상한선으로는 400mg이 널리 쓰입니다. 커피 250mL에 100mg 안팎이 들어 있고, 에너지드링크는 제품에 따라 캔당 50mg부터 500mg이 넘는 것까지 편차가 큽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어 잔에 에너지드링크 한 캔을 더하면 상한선에 금세 닿습니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량과 불안은 용량에 따라 함께 커지는 관계를 보였습니다. 하루 400mg 미만에서도 연관성이 관찰되었지만, 400mg을 넘어서면 그 크기가 훨씬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공황 병력이 있는 분은 민감합니다. 고용량 카페인을 투여한 이중맹검 실험에서 공황장애가 있는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공황발작을 경험한 반면, 건강한 대조군에서는 소수에 그쳤습니다.

"잘 잤다"는 느낌은 믿기 어렵습니다

취침 여섯 시간 전에 400mg을 섭취한 실험에서 총 수면시간이 약 한 시간 줄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참가자들이 주관적으로는 잘 잤다고 느꼈다는 점입니다. 스물네 편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도 카페인은 총 수면시간과 깊은 수면을 함께 줄였습니다. 분명 잠을 잤는데 개운하지 않다면, 이 간극을 의심해볼 만합니다.

마지막 카페인은 취침 최소 여섯 시간 전, 여유 있게는 여덟아홉 시간 전으로 두시길 권합니다. 자정에 잠자리에 든다면 오후 세 시에서 여섯 시 사이가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줄일 때는 천천히

갑자기 끊으면 열두 시간에서 하루 안에 두통, 피로, 과민한 기분, 집중 곤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카페인 금단은 진단 기준에 정식으로 올라 있는 상태이며, 대개 이삼 일에서 길게는 아흐레 안에 가라앉습니다. 며칠 간격으로 25~50%씩 줄이는 점진적 감량이 권장됩니다.

카페인을 줄였는데도 두근거림과 불안, 불면이 이어진다면 카페인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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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