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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우울은 슬픔이 아니라 분노로 옵니다 — 놓치기 쉬운 신호 3가지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남자의 우울은 슬픔이 아니라 분노로 옵니다 — 놓치기 쉬운 신호 3가지
사진: Kari Alfonso / Pexels

퇴근한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냅니다. 주말이면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쉬는 날에도 일 생각을 놓지 못합니다. 이런 모습을 그저 예민해진 탓이려니 하고 넘겨도 괜찮을까요? 겉으로 드러난 분노와 과음 아래에 가라앉은 마음이 숨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슬픔이 아니라 분노로 나타납니다

마음이 힘들다고 하면 흔히 눈물과 무기력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남성에게는 다른 얼굴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Canadian Family Physician에 실린 종설은 남성의 우울이 과민과 분노, 공격적 행동, 위험 감수, 물질 남용, 지나친 일 몰두로 드러나곤 한다고 설명합니다. 힘들다는 신호가 슬픔이 아니라 화와 술로 번역되어 나오는 셈입니다.

통계가 놓치는 남성의 마음

2013년 JAMA Psychiatry 연구는 분노 발작이나 공격성, 물질 남용 같은 '남성형' 증상까지 함께 측정했습니다. 그러자 남성의 우울 경험 비율이 여성과 거의 같아졌습니다. 슬픔 중심의 기존 기준이 남성의 우울을 덜 잡아낸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국내에서도 우울감을 겪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8.5%로 여성 14.1%보다 낮습니다(2021년 국민건강통계, 국립정신건강센터). 남성이 덜 힘든 것이 아니라 덜 말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왜 놓치면 위험할까

표현하지 못한 마음은 더 위험한 곳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남성은 도움을 구하는 일을 약함으로 여겨 혼자 버티다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국제 자료에서 남성 자살률은 여성의 약 4배에 이릅니다(2011년 Canadian Family Physician). 국내 자살률도 인구 10만 명당 27.3명으로 여전히 높습니다(2023년 사망원인통계, 통계청). 화와 술이라는 신호를 일찍 읽는 일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오늘 살펴볼 것

먼저 최근 2주 동안의 변화를 되짚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유 없이 짜증이 늘고 술이 잦아지고 잠과 집중이 흔들렸다면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루 30분이라도 햇빛 아래를 걷고 술로 기분을 달래는 습관을 조금씩 줄여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런 변화가 2주 넘게 이어지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면 그때는 혼자 판단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남성의 우울도 항우울제와 상담으로 충분히 좋아집니다(2011년 Canadian Family Physician).

화를 내는 사람을 나무라기 전에 그 화의 뿌리를 한 번 물어봐 주십시오. "요즘 힘든 일 있어?"라는 짧은 물음 하나가 오늘 누군가의 닫힌 마음을 여는 문이 됩니다. 지금 마음이 많이 힘들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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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