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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을 자꾸 곱씹는다면, 반추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지나간 일을 자꾸 곱씹는다면, 반추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사진: cottonbro studio / Pexels

불을 끄고 누웠는데 낮에 있었던 실수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됩니다. "왜 그때 그렇게 말했을까", "왜 나는 늘 이 모양일까." 답도 나오지 않는 물음을 밤새 되감다 보면 기분은 더 가라앉고 잠은 멀어집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감정과 그 원인·결과를 반복해서 곱씹는 사고를 심리학에서는 '반추(rumination)'라고 부릅니다.

반추는 성찰과 다릅니다

반추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하나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처럼 자기를 비판하며 수동적으로 곱씹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풀어보려는 성찰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앞쪽의 곱씹기가 우울과 더 강하게 연결됩니다. 저조한 기분에 곱씹기로 반응하면 부정적 감정이 오히려 증폭되고 오래 지속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까지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추는 우울뿐 아니라 불안으로도 이어지는 공통된 통로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자기를 돌아보는 일은 언제나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되돌아봄이라도 방향이 곱씹기로 흐르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늪에서 빠져나오는 작은 실천들

곱씹기의 연쇄는 몇 가지 방법으로 끊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몸을 움직이거나 집중이 필요한 활동으로 주의를 돌려 생각의 고리를 잠시 끊습니다. 둘째, "왜 나에게"라는 추상적 질문 대신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볼까"라는 구체적 질문으로 바꿔 봅니다. 셋째, 걱정할 시간을 하루 15분처럼 따로 정해두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마음챙김으로 주의를 지금 이 순간으로 되돌립니다. 다섯째, 미뤄둔 일에 실제로 착수해 봅니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개입이 반추를 줄였다는 연구가 있고, 추상적 곱씹기를 구체적 행동으로 바꾸는 인지행동치료도 우울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됩니다. 다만 주의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문제 해결과 함께 가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언제 도움을 청해야 할까요

곱씹는 생각이 2주 이상 이어지면서 기분과 일상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자기 비난이나 무망감이 심해진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반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음의 습관이며, 조금씩 방향을 바꾸는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든 마음이 계속된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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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