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원장님의 마음 인사이트키다리 원장님의 마음 인사이트
← 목록으로

안 쓰는 물건이 집을 채워 갈 때, 정리 습관과 저장강박을 가르는 신호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안 쓰는 물건이 집을 채워 갈 때, 정리 습관과 저장강박을 가르는 신호
사진: Brett Jordan / Pexels

서랍이 닫히지 않을 만큼 물건이 쌓였는데도 무엇 하나 버리기가 망설여진 적 있으신가요. 영수증, 낡은 비닐봉지, 언젠가 쓸 것 같은 부품까지 손에 들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남들 눈엔 잡동사니지만 나에겐 저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수집이나 정리 습관과는 다릅니다

이런 어려움이 오래 이어지면 저장강박이라는 상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강박장애(OCD)의 한 형태로 보았지만 지금은 별개의 정신건강 질환으로 분류합니다(영국 NHS). 물건을 지나치게 모으고 버리기를 몹시 어려워해 생활 공간이 제 기능을 잃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집과는 결이 다릅니다. 수집은 특정 물건을 계획적으로 모아 정리해 두지만 저장강박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쌓이며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물건에 실제보다 큰 가치나 안전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버리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큰 불안이 올라옵니다.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과 버린 뒤의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결정을 자꾸 미루게 됩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버림'이라는 결정 자체가 힘든 것입니다.

물건이 조금 많다고 모두 저장강박은 아닙니다. 생활이 불편할 만큼 쌓이고 버리는 일에 심한 괴로움이 따를 때 비로소 문제가 됩니다(영국 NHS).

치료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할까요

저장강박에 특화된 인지행동치료(CBT)가 1차 치료로 권고됩니다(영국 NHS). 치료 초반에는 변화의 동기를 함께 다지는 동기강화 면담부터 시작합니다. 이어서 훈련받은 치료자와 함께 물건을 사거나 주워 오는 충동을 견디는 연습을 합니다. 물건을 분류하고 버리는 결정을 질문을 통해 단계적으로 익힙니다. 물건에 부여한 왜곡된 의미를 다루는 인지 작업과 정리 기술 훈련도 함께합니다. 국내 강박 관련 치료에서도 노출 및 반응 방지를 포함한 인지행동치료를 표준으로 안내합니다(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다만 증상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면서도 호전이 완전하지는 않아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회기 수와 가정 방문이 많을수록 결과가 더 나은 것으로 보고됩니다(2015년 Depression and Anxiety 메타분석). 국내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해볼 것과 병원에 갈 기준

  • 하루 10분, 서랍 한 칸처럼 작은 한 곳만 정리합니다. 전체를 한 번에 치우려 하면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 물건 하나를 들고 "최근 1년 안에 썼는가"를 물어 아니라면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보냅니다.
  • 버리기 어려운 물건은 '보관 상자'에 담아 한 달을 두고 그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면 정리합니다.

잡동사니로 방이 본래 기능(요리·잠자리·이동)을 6개월 이상 잃었거나 버리려 할 때마다 심한 불안과 가족 갈등이 반복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합니다. 오늘 서랍 한 칸을 여는 일부터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울 때는 자살예방상담 109, 정신건강위기상담 1577-0199에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영상으로 보기

전화하기

채널에서 만나기

블로그 글을 1분 쇼츠와 카드뉴스로도 전해드립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