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로만 보이는 양극성장애 II형의 신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오랜 시간 우울로 치료를 받아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답답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라앉는 시기 사이사이, 평소보다 기운이 넘치고 잠을 적게 자도 거뜬하며 일이 술술 풀리던 며칠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그 시기는 오히려 좋게 느껴져 그냥 흘려보내기 쉽습니다. 바로 이 점이 양극성장애 II형이 우울장애로 오인되기 쉬운 이유입니다.
우울로만 보이는 이유
양극성장애 II형은 우울 삽화와 경조증 삽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경조증은 기분이 들뜨고 활력이 늘어나는 시기로, 평소보다 의욕이 넘치고 말이 빨라지며 잠이 줄기도 합니다. 다만 일상이 무너질 만큼 강한 조증 삽화가 없다는 점이 양극성 I형과 다릅니다. 문제는 이 들뜬 시기를 본인도 주변도 "문제"로 느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일이 잘 풀리는 시기로 여기다 보니, 가라앉을 때만 도움을 구하게 되어 진료 현장에서는 우울장애로만 보이기 쉽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
한 임상 가이드라인은 우울로 내원했을 때 과거에 지나치게 활동적이던 시기가 있었는지 함께 묻고, 그 시기가 4일 이상 이어졌다면 전문 평가로 연결하도록 권고합니다. 정확한 구분이 중요한 까닭은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서는 기분 안정제 없이 항우울제만 단독으로 쓸 경우 조증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보고되며, 가이드라인은 항우울제를 신중하게 다룰 것을 권고합니다.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현재 증상만이 아니라 지난 수 주의 경과를 함께 살펴 판단하는 전문의의 영역입니다.
스스로 진단을 단정하기보다는, 위와 같은 신호가 떠오른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정확히 알수록 관리와 호전의 길도 더 또렷해집니다.
혼자 견디기 힘들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
- Bipolar Disorder —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
- Bipolar disorder: assessment and management (CG185) — Recommendations | NICE
- Bipolar II disorder: a state-of-the-art review — PMC
- The Risk of Switch to Mania in Patients With Bipolar Disorder During Treatment With an Antidepressant Alone and in Combination With a Mood Stabilizer —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 양극성장애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
-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 보건복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