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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쌓일수록 더 미루는 이유 — 미루기는 시간관리가 아닌 감정조절 문제입니다

#미루기#감정조절#자기연민#자기조절#인지행동
이다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원
할 일이 쌓일수록 더 미루는 이유 — 미루기는 시간관리가 아닌 감정조절 문제입니다
사진: Tara Winstead / Pexels

마감이 코앞인데 정작 책상에 앉으면 다른 일부터 손이 갑니다. 청소를 하고, 메신저를 열고, 쇼츠를 한 편만 보겠다고 다짐합니다. 한 시간 뒤, 죄책감만 더 커진 상태로 다시 마감을 노려보게 됩니다. 이런 미루기를 두고 흔히 "의지가 약하다"거나 "시간관리를 못 한다"고 자책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자기조절 연구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루기는 시간관리 실패가 아니라, 단기 기분을 지키려는 감정조절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회피가 곧 보상이 되는 구조

Sirois와 Pychyl의 2013년 논문은 이 구조를 명확히 설명합니다. 어떤 과제가 지루하거나 막막하다고 느껴지면 그 순간 부정 감정이 올라옵니다. 이때 우리 뇌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일보다 지금 이 불쾌함에서 벗어나는 쪽을 우선 선택하기 쉽습니다. 회피한 순간에는 기분이 빠르게 좋아지므로 회피 행동이 강화됩니다. 그러나 비용은 '미래의 나'에게 떠넘겨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제는 더 부담스러워지고, 다음에도 같은 회피가 반복됩니다. 미루기가 게으름이 아니라 학습된 감정조절 습관인 셈입니다.

성격보다 '과제 혐오감'이 핵심

Steel의 2007년 메타분석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루기를 가장 잘 예측한 요인은 과제 혐오감, 충동성, 낮은 자기효능감, 낮은 성실성이었습니다. 즉 "성격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과제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정도와 충동에 휘둘리는 정도가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학업 미루기를 다룬 2020년 메타분석에서도 감정조절 곤란이 클수록 미루기가 많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오늘부터 실천할 세 가지 원칙

대처는 의외로 단순한 원칙에서 시작합니다. 첫째, 5분만 시작해보십시오. 시작 자체가 과제 혐오감을 빠르게 떨어뜨립니다. 둘째, 자기비판 대신 자기연민으로 말 걸기입니다. Sirois의 2014년 연구는 자기연민이 미루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의미 있게 완화한다고 보고합니다. "오늘도 못 했다"가 아니라 "지금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라고 말해 주시는 것이 회복을 빠르게 합니다. 셋째,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십시오. "지루해서 피하고 싶다", "막막해서 도망가고 싶다"라고 이름 붙이는 것만으로도 회피 충동이 줄어듭니다. 미루기와 함께 우울감·무기력이 2주 이상 이어지신다면, 자기조절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으므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평가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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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 정신건강 정보이며 진단·치료가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세요.